상면 많았던 거제 라이딩<1>



왼쪽의 거제대교와 오른쪽의 구 거제대교.
사실 여행은 관광보다는 낯선 사람을 우연히 조우하고 상면해 아무런 제약없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잠시나마 인간애를 느끼는데 더 큰 보람을 얻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선지 어떤 여행 전문가는 사전에 계흭을 세우는 것보다 아무런 목표 지점도 없이, 또 시간 제약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대로 정처없이 흘러가듯 다녀야 진정한 여행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허나 여러 제약을 받고 있는 평범한 사회인으로서 굴레를 벗어 날 수 없고 보면 슬퍼게도 계흭적인 일정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난 5월10일(05년) 3박4일 여정으로 호젓하게 거제도 투어에 나선 첫날,
마분지와 포장용 테이프등으로 바닥에 닿는 부위에 간단한 보호를 한 잔차를 고속버스 밑창에 싣고 임진왜란때의 진주대첩의 격전지, 진주에 도착한 것은 4시간만인 하오 2시께다.
잔차의 앞바퀴를 끼우고는 점심을 먹으러 작년 가을 남해섬 라이딩때 들렸던 산업대 후문앞의 도깨비식당에 들어서자 눈끝이 잔뜩 위로 치겨 올라가 있고 부리부리한 눈에다 거구의 체격인 그레머 형이어서 정열의 여인 칼맨을 연상케 하는, 그 주인 아줌마가 "자전거 할배가 왔다."며 반긴다.
이에 "할배라이..? 할배가 뭐꼬? 어디서 딸아 하나 만들어 볼까하고 있는데 말이데이..마..자전거 오빠라고 해라.."라고 하자 그녀는 재빨리 "그래 맞다. 자전거 오빠라고 부를께..자전거 오빠/"라는 대화가 오가자 놀러 온듯한 이웃 가게 아줌마 둘이 등 모두가 킥킥거린다.
이런 농 지꺼리 판을 벌이자 어느새 그 동안 쌓여 왔던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느낌이다.
거제도 라이딩 코스. 역시 푸짐한 낙지전골백반을 먹은뒤 산업대 정문 앞쪽으로 가서 다시 앞바퀴를 빼서 통영행 시외버스에 올랐고 1시간반 뒤쯤에 도착, 그러니까 4시가 넘어 거제도로의 본격적인 라이딩길에 나섰다.

통영에서 진입하는 거제도 투어를 계획하면서 우선 지도를 검토한바 섬 상단부를 가로지르는 거제대교-거제읍-장승포구간이 제일 차량들로 붐비는 곳으로 예상되어 일부러 구거제대교를 넘어 시계 반대방향 코스를 택한것.
왕복 4차선인 통영-거제대교간 도로는 평일인데도 예상외로 붐벼 갓길로 달리다가 화물차 중량검사소 옆의 스쿠버다이빙 가게 주인장(계시판에 글 남김)으로 부터 좀 한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 거제대교로 가는길을 안내받아 개스충전소 안쪽길로 접어들자 곧 거제대교와 구거제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단숨에 다리를 건너 우회전 해 해수온천 찜질방도 있는, 좀 번화스런 큰 동네를 거치자 곧 한가로워졌고 오른쪽으로 무인도 섬도 심심치 않게 있는 마치 호수같은 느낌의 바다가 연이어 지는데 건너편도 모두 산들이어서 수평선은 전혀없다.

통영터미널에서 길을 물었을때 돈을 때어 먹고 도망 친 사람을 찾아 다닌다기에 `결코 희망은 잃지말라.`는 위로를 해준바있는 한 어민이 `둔덕, 둔덕..`하길래 제방을 이렇게 표현하나 했었는데 이곳에 와서야 면 이름인것을 알았다.
하둔에서는 퇴교길의 한 여중생이 혼자 중얼거리며 길에서 방황하는 것을 발견, 사연을 물어 본즉 `돈 1만3천원을 아침 등교길에 잃어 버렸다.`며 한탄 중이었다.
얼핏 잃어버린 그 돈을 줘 버릴까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망서리기도 했지만 그 소녀의 장래를 위해서는 이런 고통도 감내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대신 `사람은 누구나 고통스런 실패를 극복해 나가며 살기 마련이다. 지금의 슬픔은 긴 인생길에서는 극히 찰라에 지나지 않는, 하잘것 없는 조그마한 사건인 만치 용기있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충고를 해줬다.

고개를 넘어 가는 지름길이 아닌, 반도끝을 돌아가는 길을 택하자 굴을 많이 생산한다고 해서 그 이름이 된듯한 어굴리란 어촌이 나왔고 땅꺼미가 시작될 무렵 거제면 소재지에 닿았다.
평소의 요령대로 중앙통으로 가서는 시민약국을 발견, 맛있는 밥집을 물어 바로 아랫편의 성내 횟집에 들어섰다.
인상이 좋은 40후반의 주인 아주머니는 일행이 없다는 말에 좀 망설이다가 특이한 옷차림에 마음이 누그러져서인지 매운탕 1인분을 주문받아 줬다.
잔차를 비싸다는 핑계로 현관문 안쪽에 세워놓고는 따로 따로된 홀 내의 방가운데서 입구쪽의 한방에 홀로앉아 바닷게가 잔뜩 든 메운탕을 맛있게 먹는데 아줌마(계시판에 글 올려줌)가 이상한 잔차 복색에 대한 호기심으로 얘기를 걸어옴에 따라 부산댁임이 밝혀졌고 혈색과 표정으로 봐서도 비교적 행복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자유로이 여행을 하는 이 여행자를 몹시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제법 읍내는 번화했지만 하나뿐인 여관이 외형으로 봐도 너무 허름한거 같아 내일아침 되돌아 나오기로 하고 사곡 삼거리쪽으로 캄캄한 밤의 고갯길을 라이트를 달고 5키로를 달려 요금 5천원인 나비등 황토 찜질방에 들어 갔다.
꽃이 활짝 핀 해변 길에서 본 바다 풍경.

`나비등`이란 이름이 멋진 카페이름 같았을 뿐 자그맣고 도로변이라서 아침에 차량소리가 좀 소란했던 이 찜질방은 홀바닥에 누운 10명에 가까운 남여손님중 두 사람이나 코를 곯아 잠을 쉽게 이룰수가 없어 식당에서 맥주한병을 마시고는 겨우 눈을 붙일 수가 있었다.

이튿날 식당에서 수제비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는 9시께 출발, 다시 거제 면소재지로 넘어가 남쪽으로만 계속달려 오송, 탑포, 저구까지는 오른쪽의 바다는 계속 수평선이 안보이는 호수같은 바다였지만 중간에 노자산(해발559m), 가라산(해발580m)등 높은 산들이 있음에 따라 고갯길이 연달아 나와 이상고온의 뙤양 볓 아래서 포장도로를 달리기가 약간 힘들었다고나 할까...
남해섬에 비해서는 확실히 높은 산이 많음에 따라 고갯길도 많아 중급 이상자가 아니면 좀 힘든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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